투자철학자(完)

[투자철학자] 얼치기 사기꾼

ka4ka 2024. 5. 26. 20:07

 

진짜 사기꾼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호의든 진심이든
마켓에서 까불면
얼치기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사기 공화국의 안타까운 피해자들

연일 주식 리딩방 사기, 부동산 전세 사기 등, 온갖 사기들로 뉴스나 신문 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사기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중에 제일 악질적인 사기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설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범죄 행위다. 애초부터 사람들을 모집하여 세치 혀로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계획되어 선량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들이 고된 삶을 살고 있는 절박한 사람이거나 사기를 당하면서 급속도로 절박해지는 사람들이다. 이미 절박했기에 그 상황을 애써 벗어나려다 더 힘들어지는 고통의 안타까운 굴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기꾼이 아닌 전혀 사기 칠 의도가 없었더라도 주식 공부 좀 했다고 까불면 본의 아니게 사기꾼처럼 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나스닥 9,500포인트 역사적 전고점 저항 부근 - 저주의 시작

2020년 2월에 나스닥 지수는 9,500 부근에서 머물렀다. 차트 모양을 봤을 때 미국 지수는 10년 내내 조금씩 오르며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한 달 만에 나스닥 지수 3,000포인트 정도가 빠지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난다. (2020년 3월 23일 무렵) 그런데 미국 연준이 대거 달러를 발행해 돈을 하늘에서 뿌리 듯 유동성 완화 정책을 펴자, 주가는 두 달 만에 직전 고점 9,500 부근을 회복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때 나 같은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역사적 전고점인 9,500을 뚫고 올라가기에 역부족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때마침 유행한 ETN 상품 '나스닥 인버스'를 매수하기 바빴다. 영화 <<빅숏>>의 '마이클 버리' 흉내라도 내듯이 지수가 하락할수록 돈을 버는 상품을 사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로 한 일년 하염없이 나스닥이 올라가나니

한 친구가 이제 주식이 계속 오를 것 같다며 나에게 종목 추천을 부탁했다. 나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며' 역사적 전고점을 쉽게 깨지 못할 거라고 단호히 말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극복하고 10년 동안이나 오른 나스닥 그림도 함께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라갈 때는 서서히 올라가도 내려갈 때는 폭포처럼 가파르고 빠르게 떨어지며, 가파르게 오른 지수는 또 몇 년 동안 서서히 길게 길게 내려간다며 그런 나도 알 수 없는 '구라를 치며' 친구를 설득시켰다. 그러면서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을 소개했다. 사실 친구와 내가 함께, 간절히 돈을 벌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역사적 전고점을 가뿐하게 뚫고 9,500에서 16,700포인트까지 가는 기염을 토하며 나를 한동안 쥐구멍으로 안내했다. - 친구가 투자 책임은 친구 자신에게 있다며 나중을 기약하자고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조금 아는 능력으로 돈을 다루면 그것이 바로 오만방자함

주식 투자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가르칠 수는 있으되 전할 수 없다.' 시골의사 박경철이란 분이 주식 강의에서 이 말을 강조하면서 더 유명한 말이 되었다. 주식 시장의 일반적인 기술이나 지식은 알려줄 수 있지만 투자에서 느낀 경험이나 감각까지 그대로 전달이나 전수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특히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을 맡아 운영할 때는 자기가 아는 경험과 감각조차도 제 때에 맞혀 작동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나스닥이 9,500에서 10,000포인트까지 갔을 때 자칭 얼치기 전문가라도 감각적으로 손절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대번 느꼈을지 모른다.


오만이 부른 결과, 오십보백보인 반(半)사기적 행위

만약 내 돈이라면 속이 쓰려도 손절하면서 훌훌 털고 시장을 잠깐 빠져나올 수 있지만, 친구의 돈이라 더욱 손해를 볼 수 없음에 이익 날 때까지 기다리다 오히려 더 손해를 키우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내 돈 말고 남의 돈을 움직여 손해 났다는 극도의 자존심 상처는 둘째 치고라도 상대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사기적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안 좋아질 경우에는 '지꺼는 먼저 팔고 내 거만 손해를 더 키웠다는' 배신감마저 드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주식이 아니더라도 어떤 경험이나 감각을 전수할 때는 굉장히 오랜 시간 갈고닦아 뼈저린 고통 속에 나온 것이 아니라면 섣불리 알려주려고 오만을 떨면 안 된다. 특히나 주식시장에서는 선의를 지닌 행동이 미숙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애매한 사기'가 되고 그런 사람을 나는 '얼치기 사기꾼'이라 부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