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철학자(完)

[투자철학자] 투자의 진리

ka4ka 2024. 8. 9. 14:58
나는 오늘 어느 초밥 달인의 말씀을 전해 들으며
투자의 진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볼까 한다.


달인의 (가상) 인터뷰

맛이 좋은 것을 만들려면 맛이 있는 것을 많이 먹어봐야 압니다. 그래야 미각이 발달하지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가 있긴 한데 그것은 소수일 뿐이고 그 사람조차 많이 먹어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손님보다 미각이 좋아야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음식으로써 감동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아무도 모르는 특별한 기술이 있어 남들보다 뛰어난 초밥을 만드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저 단순한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손끝의 감각이 더 부드러워지고, 다소 느린 듯 보이지만 메추리를 손으로 품듯이 더욱 손바닥의 감각이 섬세해집니다.

 

해뜨기 전에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최고의 재료를 구하는 일은 초밥을 만들기 위한 시작일 뿐이지요. 시장 사람들과도 깊은 유대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들은 각자 식재료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매일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신뢰를 쌓아놓아야 하지요. 참치 초밥 하나가 손님의 입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3일에서 5일 정도 숙성 기간을 거치고, 거의 모든 초밥 재료들이 손님 앞에 완성품으로 놓이기까지 많은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유부 초밥이 쉬워 보이나 결코 쉬운 작업은 없습니다. 수습생이 온 후 몇 달 동안 유부 초밥만 만들도록 시켰더니 퍽 잘 만들더랍니다. 그래서 더 세밀한 감각을 익히게 하기 위해 몇 달 더 시켰더니 화를 버럭 내더군요. "왜 유부만 만들게 합니까? 전복이나 참치를 만들게 시켜주세요." 그래서 머털도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머털이가 머리털을 세울 줄 알면 스승이 전수할 것은 다한 거라며 머리카락이나 먼저 자유자재로 세울 줄 알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이 달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많아 질리도 없고요. 달인이 되려면 확고한 신념과 자기만의 철학이 필요하고, 반복적인 지루할 것 같은 끝없는 작업에 대해 식지 않은 열정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리 없고요. 그저 러시아 횡단 기차가 칙칙폭폭 가듯이 같은 리듬으로 묵묵히 하나의 직업을 지니고 살다 보면 통찰력도 생기고 신념과 철학도 어느새 양 겨드랑이에 붙어있기 마련입니다. 귀가 두껍게 자기 고집으로 산다는 것은 원래 쉽지 않은 것입니다. 앞뒤가 빡빡 막혔다라거나 옹고집이란 말이, 신념과 철학으로 무장하여 고집스럽게 산다는 말과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몰라도 그 차이는 엄청 크지요.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나마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랜 시간 노력한 만큼 손님들이 찾아와 주시고 영광스럽게도 '달인'이라 불러주시니까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지요. 진심을 다해 간절히 원하면 하늘이 들어준다? 아마도 아닐 겁니다. (참고 -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 오랜 기간 노력해도 결국 마음을 받을지 말지는 상대의 마음이고 관계의 선택이듯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운이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같은 일에서 열정을 다해 노력한다면 하늘이든 누구든 감동을 받아 이루어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공을 들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주식 투자가 아닐까 싶다. 하기야 시작부터가 개인의 욕심과 더 나아가 탐욕으로 마음에서 타오른 검은 그을린 연기가 무슨 하늘을 감동시킬까. 그렇다고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심을 버리라는 '법정 스님다운 말씀'도 꼭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월급 말고 물가만 올라가고 '빠듯한 월급쟁이' 개인들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식 투자도 일반 월급쟁이라면 그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풀 대출 끌어 쓰기 아닌, 퇴직금 미리 당겨 풀매수 아닌, 토끼눈이 되어 게임적으로 하는 단타 치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람이 투자 행위로 본업을 손상시킨다면 두 마리 토끼는 다 '뒤지고' 인생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기 위의 달인 이야기의 느낌적인 느낌을 살린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좋은 재료를 가진 기업을 분석해 찾고 꾸준히 월급의 일정분을 '오래 두고 보아야, 자세히 보아야 예쁜', 그 분석한 기업 가치에 투자를 한다면야 오랜 후에 생활의 투자 달인 정도는 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저 투자라는 행위가 도박적 행위가 아닌 삶과 함께 동행할 칙칙폭폭 인생의 기차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사이 하늘이 감동받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지 모른다.



아차,

빼먹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초밥의 달인이라고 불린다면
절대 저 혼자 잘나서
달인이 된 게 아니랍니다.


달인이란 사람들의 마음이나 행동에서
크나큰 도움을 받은 사람이고,
언제나 그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긴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이 글은 2012년에 개봉한 다큐 영화 <<스시 장인 : 지로의 꿈>>의 부분 내용을 다소 참고했다.
그 점을 마무리 지으며 알려드리고 투자의 글에 필요한 장인 정신을 비유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